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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소설 아몬드 _ 알렉시티미아

알렉시티미아_감정 표현 불능증

 

알렉시티미아, 책을 다 읽고 나서 보니 앞쪽에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고도 하는데 이 증상을 가진 사람은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며 특히 공포를 느끼는데 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소설 아몬드는 그러한 감정 이해에 대한 어려움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소년과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던 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다른 책을 사러 인터넷 서핑하다가 카드 뉴스(아닐 수도) 같은 광고를 클릭하면서 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외의 큰 수익을 얻어서 나중엔 오디오북까지 구매했었다.

 

소설 아몬드 표지

 

책의 소개, 줄거리

 

책 아몬드는 263페이지로 프롤로그, 1부~4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로 구성되어 있다. 발행은 2017년 3월이니까 벌써 5년이 된 책인데도 여전히 많이 읽히는 것 같다. 이 소설은 손원평 작가의 등단작으로 제10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고도 한다.

 

 

소설 아몬드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알 수 없는 일

 

아몬드에는 다르지만 어딘가 공통점이 있는 두 아이가 나오는데 윤재와 곤이이다. 먼저 소설의 처음부터 등장하는 윤재는 편도체의 크기가 작아 다른 사람들과 달리 감정을 못 느끼는 아이로 태어났지만 엄마와 할머니의 지지와 사랑 속에서 컸다. 엄마는 아이의 편도체가 커질 것을 기대하며 모든 종류의 아몬드를 먹이기도 하는데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소설 아몬드
생각보다 운이라는 놈이 세상에 일으키는 무지막지한 조화들이 많으니까.

 

엄마와 할머니의 꾸준한 노력으로 윤재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자신의 약점을 들키지 않을 정도로 자라난다. 그러나 윤재의 생일인 크리스마스이브에 모처럼 가족끼리 외식을 나갔다가 끔찍한 사고로 할머니는 죽고 엄마는 뇌사상태로 깨어날 가능성이 없는 상태가 돼버린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고등학생이 되어 곤이라는 아이를 만난다.

 

 

소설 아몬드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곤이는 윤재와는 반대로 감정을 너무 잘 느끼는 아이이다. 너무 여리고 상대의 태도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오히려 사는 게 힘들 수밖에 없는 사람.. 책에서는 윤재가 곤이를 보며 세상에 분노로 가득 차 웃는다는 이유만으로 할머니와 엄마를 해친 그 남자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에는 어떤 감정이 있을지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감정을 느끼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윤재가 곤이를 만나면서 타인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결국엔 알렉시티마아란 증상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진심으로 친구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은 곤이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이 소설은 어떤 결론을 내거나 주장을 펼치는 일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에필로그
에필로그
작가의 말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감상

 

소설 아몬드를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작가는 감정 표현 불능증이란 증상이 있는 사람을 아는 걸까 하는 거였다. 난 상상력이 부족해서 실제 보거나 겪지 않은 걸 떠올릴 수 없어서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그런데 작가의 말에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겪었던 일을 토대로 쓴 것은 아니고 자신의 아이를 보면서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자라더라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한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인 윤재보다는 곤이에게 더 마음이 쓰였다. 사실 윤재는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 덕분에 세상의 성공의 기준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물론 곤이도 좋은 사람이지만 자신 안에 있는 사랑에 비해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이 너무 빈약해서 힘든 삶을 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윤재와 곤이의 중간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감정을 적당히 드러낼 줄 모르는 윤재 또는 곤이를 그들 나름대로 평가하고 때로는 멀리하지 않나 싶다. 

 

또한 나는 적어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큼은 어떤 모습에서도 변함없이 같은 편이 돼 줄 수 있는 진심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너무 씁쓸했고 적어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만은 어떻게 하면 그런 진심을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될 것 같다.